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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직장

학원 강사 실패 경험담 (후회가 쓰라린 추억이 되는 법. 1)

by 은젠 2023. 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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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1년 차 강사, 학년이 올라가니까 남은 학생이 한 명도 없더라.

2020.12- 첫 제자들.
학원에서 알바로 시작했던 일인 줄 알았는데 전임강사로 들어오게 되었다.

 

영어라는 과목이 개설 된 후 첫 담당 선생이 나.

 

아무런 경력도 없이 와준 3명의 학생들은 다른 학원에 비해 쉬웠던 진도 때문에 기초를 다지는 학원이라며 친구들을 데리고 왔고,

학원 강사가 된 후 첫 중간고사에서는 5명의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었다.

 

다행히 30점도 되지 않았던 친구가 80점대로 오르고 50점을 넘지 못했던 친구도 80점대로 점수가 올랐다.

 

심지어 얼떨결에 담당했던 고등학교 2학년 학생도 1학년 내내 40점대였지만 2학년 올라오고 나와 함께 공부한 후, 80점대로 올랐다.

 

중3 학생들이 더 늘었다.

 

갑자기 많아지는 학생들에 불안함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름 기분은 좋았다.

학생 수가 늘었으니까, 학원에 도움이 될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게 다였다.

고등학교를 다니지 않았던 나는 한국 교육과정이 까마득해 학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 몰랐다.

 

무작정 인터넷에서 한국 교육과정이 요구하는 영어학습 사항들, 진도들을 무작정 찾았고

그 학년에 맞게 그 진도만 가르치면 된다고 생각하였다.

 

내가 영어학원을 배웠던 나의 중학생 시절에는 뭘 배웠는지 생각을 했다.

 

중1 학생이었던 나에게 영어 레벨테스트 점수가 다른 학생들보다 조금 더 높다는 이유 하나로

늦은 저녁에 중3 학생들과 함께 TEPS공부를 했다.

 

그때 겪었던 힘듦을 나의 학생들에게는 알려주고 싶지 않았기에,

어려워 포기하였던 경험을 알려주고 싶지 않아서 교육과정을 그대로 따랐다.

 

하지만 결과는 고등학교에 가기 전 처참히 나타났고 그렇게 나의 첫 학생들은 떠났다.

 

나의 융통성 없는 성격 때문에 안타깝게도 선행을 위주로 학습해야하는 학원에서 아주 쉬운 수업을 받고 큰 발전을 이루지 못했다.

매 학기 시험성적이 잘 나왔어도 미래에 다가올 더 큰 시련을 위한 대비는 전혀 하지 못했다.

돌이켜보면 정말 학생들에게 미안하다.

내가 해준 것은 구문분석과 약간의 문법뿐. 그렇지만 그런 와중에도 구문분석이 어렵고 지루해 수업시간에 딴짓을 하는 학생, 숙제를 하나도 해오지 않는 학생들도 있었다.

 

결국 전 학생들이 다 원하는 고등학교에 합격하니 떠났다.

이렇게 후회가 또 찾아왔다.

조금 더 잘 알려줄걸, 더 잘 달래면서 가르칠껄, 더 경험이 많았으면 좋았을걸.

다 떠날 줄 알았으면 내가 좀 더 많이 알아보고 더 많이 알려줄걸.

 

이렇게 첫 직장에서의 첫 해가 지나갔다.



+
얼마 전 고2가 된 첫 제자들이 나를 찾아왔다.

다른 선생님의 수업을 듣는 친구와 함께 학원에 선생님께 인사할 겸 들렸다고 한다.

웃으면서 나에게 인사를 했는데 보자마자 너무 미안한 감정부터 들었다.

공부는 잘 돼? 등, 묻고 싶은게 정말 많지만 내가 생각하기에 난 그렇게 좋은 강사가 아니었기에 물어볼 수 없었다.

그래도 환하게 웃으며 인사해준 그 학생들이 너무나 고맙다.

 

미안하고 고마워 얘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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